- 운용에 대한 무관심, 외적인 것에만 치우침.
최근 건축을 하고 있는 중형 교회 장로님과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교회 건축을 위해 준비 해 왔고, 또 교인분들로 구성된 건축 위원회를 통해 투명하고 성의있는 진행을 하고 있는 모범적인 교회였습니다. 어쨌거나 음향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 여쭤보니 음향은 담임 목사님이 과거 교회에서 시공해 검증된 업체를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 그 때와는 달리 디지털 음향 시스템으로 제안하고 확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정도 규모의 디지털 시스템은 교인 봉사자로는 힘들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간사를 세워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업체와 하드웨어에 대해 목사님과 담당 장로님(이 분은 아님)이 면밀하게 검토한 것 같지만, 정작 운용에 대한 로드 맵이 없었습니다. 유급자를 세우는 정책이나 관점, 재정적 부담, 봉사자와 방송팀 운영, 컨텐츠 제작 등에 관한 어떤 생각이나 계획이 없이, 막상 간사를 세우는 것에 대해 재정적인 부담부터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교회는 유급 간사(준전임)을 세우는데 재정이 어려울 정도의 교회는 아닙니다. 막상 유급 간사를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시스템 자체가 유급 간사를 세우지 않으면 안되니 당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이 교회만 겪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교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방송 시스템을 바꾸거나, 교회를 새로 건축하거나 할 때 부딛치는 문제점들입니다. 하드웨어는 더 좋은 것으로 바꾸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이런 시스템의 운용에 대한 그림이 전혀 없습니다. 기존처럼 자원 봉사자들로 운용할 수 있지 않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유급 간사를 세울 수 있는 재정만 마련되면 되느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
보통 이 정도 규모 교회에서는 재정적인 고려로 유급 간사만 세울 경우 보통은 전임이 아니라 준전임을 세웁니다. 월 사례를 100만원대를 주며 주일 새벽~오후 예배, 수요 예배, 금요 철야, 혹은 토요일 찬양팀 연습까지 사역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 사례를 받고 생활이 되는냐에 대한 고려는 없습니다. 유급 간사 정도면 거의 음향 전공자나, 업계 경력이 있었던 사람을 뽑습니다. 고도의 기술을 배우고 현장에서 익힌 전문가에 대한 적합한 보상에 한참 모자란 사례를 주면서, 그가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준전임으로 하면서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만, 그것도 수요일, 금요일 오후부터 나오게 하기에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나 드른 일을 하기는 힘들게 됩니다. 그래서 준전임 음향 간사는 일년 정도면 못버티고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3. 방송실 운용에 대한 그림이 없다.
교회 음향은 그저 전원 올리고 볼륨 조절하고 하울링이 안생기게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목사, 장로님들이 많습니다. 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되어서 조장할 부분들이 많아지고, 세밀하게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져도 그런 내용은 관심이 없습니다. 또, 장비 관리를 하는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필요한데, 거기에 대한 재정 계획, 운용 계획을 세울 생각이 없습니다.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급 간사 한명 뽑으면 운용이 다 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커지고 기술적인 부분이 높아지면, 거기에 따라 운용 인력도 한 명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음향 하나만도 3명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영상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유급 간사 외에도 자원 봉사자로 팀을 꾸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 지원과 팀 관리 재정도 필요합니다. 인적 자원에 대한 개발과 운영에 대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급 간사라도 지치고 오래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방송 사역은 주일 아침 일찍 부터 오후 예배가 끝나고 장비를 정리하고 점검하고, 음성/영상 파일을 다듬고 올리는 후반 작업까지 하고나면 일이 밤에 끝나 파김치가 됩니다. 자원 봉사자들을 세워 일을 분배하지 않으면 수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됩니다. 새로운 방송 시스템이 들여 놓으면 목사님의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유급 간사니 당연히 다 해야 한다면서 일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리고 음향 간사에게 조명 콘솔도 만지고 영상도 좀 하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교회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방송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음향 간사가 뒤집어 쓰게 됩니다.
자원 봉사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유급 간사를 주축으로 자원 봉사자를 모집해 팀을 꾸리게 해 주는 것으로 교회는 할 일을 다했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음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급 간사라도 혼자 음향 교육을 다 시켜줄 여력은 없습니다. 일단 주일 주어진 시간에 예배 음향을 분비하기 바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음향 이론 교육을 시킬 수가 없습니다. 단지 현장 운용 요령 중심으로 가르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자원 봉사자는 이론을 잘 모르고 운용하다 실수를 잘 하게 됩니다. 자원 봉사자들에게 교회가 음향 도서와 외부 교육 지원, 또는 출장 교육 지원 등을 하지 않고서는 팀 운영은 계속 이가 잘 앉맞는 기어처럼 되게 됩니다. 결국 이 책임도 교회가 지지 않고 유급 간사에게만 지워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송실 자원 봉사를 일년 넘게 하고서도 유급 간사가 아파 못나오기라도 하면 자원 봉사자들이 음향 시스템을 운용하는데 두려워 하게 됩니다.
4. 컨텐츠 생산에 대한 그림이 없다.
교회 방송은 그저 음향 켜 주고, 영상 녹화해 홈페이지에 올리는 수준으로 생각하는 교회가 정말 많습니다. 최첨단의 미디어 시스템이 교회에 있지만,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나 이해도 없어서 그 좋은 장비로 컨텐츠를 개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컨텐츠 개발은 초대형 교회나 가능한 일로 생각합니다. 이제 손 안의 미디어인 스마트 폰 시대입니다. 게다가 스마트 폼과 앱을 교회의 미디어 팀과 장비와 연결하고 기획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교회의 규모와 상관 없이 그 교회와 지역 사회에 맞는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만큼 중요한 것이 컨텐츠입니다. 예배에 하드웨어만 뒷받침되는 것 보다 컨텐츠가 뒷받침되면 메시지의 전달력 외에 실천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컨텐츠 하나로 교회의 체질이 바뀐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컨텐츠가 가진 감동은 성도분들을 실제적인 삶에서 실천하는 신앙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컨텐츠는 현재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목회적 관점을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같은 그림을 그릴 때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예배 운용에 대한 하드웨어적 업그레이드를 넘어 미래 목회에 대한 공유와 합의 하에 그 실천의 로드 맵을 컨텐츠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5. 미디어 이해와 예배 신학적 바탕이 취약하다.
대부분의 교회가 미디어를 예배에 이용하지만 정작 미디어가 무엇이고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일들은 미디어가 생활화 된 청년과 청소년 세대들에게는 교회의 예배가 식상하고 유치하게 보입니다. 이런 저런 미디어 기기를 이용해 예배에 음향과 영상을 동원하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감동도 없고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본질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지만, 맨 나중 또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예배는 열심히 드리고 열심히 봉사하지마느 정작 예배에 대한 신학적인 바탕은 전무하거나 어설픈 성경 지식 수준입니다. 미디어와 예배 신학의 무지는 컨텐츠 부재나 컨텐츠를 만들어도 신학 왜곡이 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무관심한 것 때문에 열심히 미디어 장비를 도입하지만, 신앙과 교회는 갱신되지 못합니다.
6. 결론
좋은 집을 지어 놓고도 사람의 온기와 전기와 연료가 없다면 HOUSE는 되지만 HOME은 될 수 없습니다. 열심히 HOUSE를 짓지만 HOME을 만들 로드맵이 없다면, 그 운용에서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취근 몇 년사이 중대형 교회에서 유급 간사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교회 관련 공고 게시판에 보면 음향 간사를 찾는 교회들이 점점 많아지지만, 몇 개월 사이에 또 같은 공고가 올라오는 교회들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소리내고 녹화해 홈페이지에 올리는 기능적인 관점만 가지니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소외가 되고, 예배의 껍데기는 좋아지는 것 같지만, 중심은 공허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예배에 대한 고민, 교회에 대한 반성과 대안을 고민하시는 분이시라면 이 글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실 것입니다. 같은 고민으로 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의 모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 소장 우한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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