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엔지니어로 열심히 현역에서 일하는 후배분께서 과거의 흑역사에 대해 sns에 글을 올린 것을 읽고, 공감도 하면서 교회 음향 엔지니어 분들 역시 이런 흑역사를 가지고 있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오늘은 엔지니어의 흑역사에 대해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교회에서 찬양팀 믹싱 한 것을 2트랙으로 녹음을 해 보관하는 엔지니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찬양을 더 듣고자 하는 교인 분들에게 나눠지기도 하고 찬양팀과 방송팀의 추억과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몇 년 뒤에 들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밸런스는 맞지않아 소리는 들죽날죽해 촌스럽게 들리고, 왜 그랬는지 특정한 사운드에 꽂혀 저음을 많이 주거나 보컬의 두드러진 소리를 다듬지 않거나, 기본적인 Effector나 Panning도 잊어버리고 녹음을 하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사운드를 찬양팀과 방송팀이 모여 같이 들으면 정말 오글거리고 숨고 싶을 것입니다. 엔지니어는 제대로 믹싱을 못해서, 찬양팀은 적나라한 자신의 소리와 실수한 연주들 때문이겠죠.
사실 자괴감을 심하게 느끼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예전의 녹음을 들어보는 것은, 큰 자극이되고 제대로 분석할 수만 있으면 더 좋은 믹싱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믹싱 외에도 잘못된 세팅에 대한 지식으로 찬양팀을 힘들게 하거나, 관계를 잘 맺고, 음향적인 협조를 잘 하는 요령이 없어서 불편했던 흑역사도 있을 것입니다.
집사 시절 저는 음향회사에 근무했지만, 교회에서는 찬양팀 인도자를 하였습니다. 음향은 교회 후배가 방송실 선배들에게 조금 배워서 담당했었습니다. 그는 전자악기는 레벨이 높아 믹서에서 -20dB 패드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는 것만 철썩같이 진리로 알고 있어서, 당시 사용하는 신디사이저 모델은 출력 레벨 자체가 크지 않아(스펙상으로도 그렇게 나와 있었습니다.) 소리가 약하게 나와서 믹서의 패드 스위치를 누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니 간섭해 기분나쁘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아마 그 후배에게는 그 때가 흑역사로 기억이 안되었다면 Gain Structure를 아직도 잘 모를 것입니다.
저도 음향을 이제 좀 안다고 생각하고 막 엔지니어로 외부 활동을 좀 하기 시작할 때, 소위 말해 곤조를 부린 적이 생각이 나고, 그 때를 생각하면 ‘좀 더 잘 대해드릴 수도 있었는데…’ 하며 후회가 됩니다.
이런 경우의 교회 음향 엔지니어도 있을 것입니다. 이 장비를 꼭 사야 우리 교회의 음향이 좋아진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몇 년 째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음향 장비를 보면 매 주 그 장비가 나를 지적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과거의 흑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대체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실력이 늘어날 수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실험하고 적용하지 않으면 창피를 모르고 목에 힘만 들어간 엔지니어가 될 것입니다. 찬양팀이 음향에 맞춰야지, 음향이 찬양팀을 맞춰주면 안된다고 확고하게 생각하게 되어버립니다.
뭔가 절대 아닌 것이 있어도 잘 설명하고 이해 시키는 것도 교회 엔지니어의 몫입니다.
새로운 장비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생각하고 또 조사하고, 교회의 재정, 활용할 환경에 대해서도 여러번 심사숙고를 해야 합니다.
교회 내에서 자신이 하는 믹싱만 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공연을 직접 듣고, 좋은 HiFi 사운드도 듣고, 믹싱 밸런스가 잘 잡힌 음악도 찾아 듣고, 다른 실력 있는 엔지니어에게 믹싱을 배우기도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런 적극적인 시도를 해야 흑역사가 바뀌어 우리의 실력으로, 더 충실한 음향의 예배로 발전이 됩니다.
교회의 흐름은 일주일 단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배우고 찾고 노력하는 것을 잘 하지 않고 게을러져 미루게 되면 어느새 52주 1년이 흘러버립니다.
스스로 찾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음향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성도분들에게 은혜를 같이 누리게 됩니다. 우리의 게으름을 은혜라는 것으로 적당히 덮지말고, 과거를 돌아보며 흑역사를 상기해 자신의 발전과 예배의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으시기를 응원합니다.
©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 소장 우한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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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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