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디어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원래 미디어(media)란 말은 라틴어에서 온 영어 단어인 미디엄(medium)의 복수형입니다. 그래서 미디어는 ‘중간, ‘사이’를 의미하고 두 가지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 즉 매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미디어를 매개를 하는 도구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디어 이론가인 먀살 맥루한 교수는 미디어에 대해 “미디어는 인간 몸(감각, 능력)의 확장이다”라고 하였고 또, “미디어 자체가 바로 메시지다”라고 하면서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는 철도를 예를 들어?인간의 이동 능력의 연장선에서 철도를 미디어라고 정의하면서(심지어 이런 차원에서 의복도 미디어라고 정의했습니다) 사람과 물자의 원활한 이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것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 내었다고 말했습니다. (20세기 말과 21세기에 들어서는 인터넷 기술과 스마트폰이 단순한 통신의 자유를 주기 위한 의도를 넘어 새로운 사고와 생활, 정치와 문화까지 만들어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는 “매스 미디어의 내용이란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의 테크놀로지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매체 자체가 사람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미디어는 매개만 하는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기존 가치를 재편하고 새롭게 만들어 내는 기능이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예배에서 미디어를 사용할 때 미디어 자체가 이끌어가는 메시지(방향성)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예배에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 감각의 연장을 넘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고민해 봐야 합니다.

마샬-맥루한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 1911~1980)

마샬 맥루한 교수는 새로운 시각으로 미디어를 구분하였는데, 정보 전달에서 핫 미디어(hot media)와 쿨(cool media)로 나누었습니다. 핫 미디어는 한 가지 감각에 많은 정보가 주어져 이용자의 참여가 필요 없는 미디어를 말하며, 쿨 미디어는 정보량이 적어 이용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미디어입니다.(TV는 보면서 타인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볼 때 쿨 미디어이지만, 비슷한 영화는 어두운 곳에서 스크린에 몰입해 봐야 하므로 핫 미디어입니다.) 그렇게 나눈 방식으로 본다면 설교 시간에 스크린을 통해 설교자만 비추는 것은 핫 미디어로,집중도는 높일 수 있지만 기계적, 획일적이며 참여도가 낮은 예배를 만드는 것입니다.

중대형 규모 이상의 교회에서는 설교 시간에 설교자의 상반신만 스크린으로 비춰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군중 속의 개인은 영상 미디어라는 연장된 감각을 통해 설교자와의 친밀감을 가지게 됩니다. 설교자는 메시지를 그 사람에게 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회중인 개인은 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관계성은 실제에서의 관계성이 아닌 허상인 것입니다. 만약 그 개인이 설교자와 개인적인 접촉과 친밀함이 없다면 가상화된 가짜의 관계로 인해 실제 가져야 하는 관계를 대체하고 관계의 부재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목양은 관계성을 포함합니다. 설교자가 수많은 대중에게 설교를 할 때 전달의 효율성을 위해 미디어를 활용하게 되는데, 메시지의 전달만으로는 목양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미디어를 많이 활용하는 교회일수록 목회자의 목양은 파편화되고 약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배에서 설교자는 말씀을 통해 회중이 성삼위 하나님과의 관계를 갖도록 돕고 고양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영상이 설교자의 얼굴만 계속 비추는 것은 이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설교는 회중에게 하나님의 성품과 속성, 그분이 하신 일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일반 기업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발표자의 얼굴을 발표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스크린에 비추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에 미디어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미디어 자체의 성격과 미디어가 가지는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교회에 해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교회의 방향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맥루한 교수는 인간의 오감 전체가 상호 작용하며 외부 세계를 파악하는 경우를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교회에서 활용하는 미디어는 오감뿐만 아니라 쿨 미디어처럼 성도간의 교제가 촉진되고 자발성을 일으켜주는 차원에서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에서 미디어는 회중에게 질문과 생각을 촉진하도록, 그리고 성경의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 방안을 만들어 내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예배에서 핫 미디어의 성격을 줄이도록 영상에서 설교자의 얼굴보다는 설교 문단의 내용과 관련 성구, 이미지 등을 적극 활용하고, 삶에 대한 신앙적 성찰을 줄 수 있는 질문, 책임과 과제에 대한 이미지와 영상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말씀에 기반한 성도의 교제를 촉진시키며 실천적 신앙인이 되도록 도와 유기적 공동체를 굳어지게 만드는 핫 미디어의 단점을 보완하게 될 것입니다. (이머징 교회에서 예배에 오감을 통해 참여도를 높이는 시도가 많이 있습니다만, 과거 가톨릭적인 이미지와 예전을 차용하여 참여도를 높이려고 하는 시도를 하는 부류는 좀 우려가 됩니다. 자기 교회 공동체의 문화에 맞게 참여도를 높이는 예배가 개발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유기적 공동체를 돕는 도구로 Facebook, Tweeter 같은 SNS를 활용하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많아지는데, 여기에서 또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SNS 같은 쿨 미디어를 교회에서는 핫 미디어처럼 인식하고 활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SNS는 일반인들도 같이 볼 수 있는 공적 영역에 있는 미디어라서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는 측면을 간과하고 목회자가 사적 영역(교회 내부 영역)처럼 일방적 의사 전달의 통로로 사용한다면, 일반인들이 교회와 목회자를 소통이 안 되는 부정적 집단이나 사람으로 볼 것입니다. 또 공동체의 성도들도 불편해 할 것입니다. 이는 SNS가 블로그나 홈페이지와는 성격이 분명히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설교 영상처럼 핫 미디어로 제작된 것을 쿨 미디어로 쉽게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디어의 활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교회에 도입한 미디어가 미디어 자체의 메시지(방향성) 때문에 교회 내의 논의들을 교회 밖으로 흘러나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과거 이런 미디어가 없을 때 목사님들의 설교는 교회 내에서만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디어가 들어오고 활용되면서 교회에서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설교와 찬양 동영상을 올리게 되었고, 현재는 YouTube와 Facebook같은 SNS에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리는 교회나 목회자 분들의 사고의 전환 없이, 이것을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하는 것은 의도와는 정반대로 전도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SNS에 교회 내에서의 설교를 그대로 올리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비신자들이 보고 마음을 열만한 콘텐츠들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통의 통로로 SNS 미디어가 작용하는 데 오히려 교회의 폐쇄성이나 율법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역효과가 심각하게 발생합니다.

맥루한 교수의 미디어의 정의를 소개시켜드린 것을 잘 이해하셔서 목회자 개인뿐만 아니라 예배 사역자, 예배 팀들이 같이 바른 예배와 유기적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고, 대안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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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 소장 우한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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