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는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이런 테크놀로지가 접목된 예배는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예배도 동시대의 문화를 수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문화 안에서 교회와 예배와 신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악기만 봐도 고대의 제전에 쓰였던 오르간이 발전해 가톨릭교회에 수용이 되었고, 현대 교회에서는 피아노, 기타, 심지어 드럼과 전자 악기들이 예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악기뿐만 아니라 전자 음향 기기와 영상 기기들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예배에 사용되는 도구와 예배의 형태도 변화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정과 직장, 사회 곳곳이 이런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향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을 보면 소통의 도구와 문화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와는 달리 마케팅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의 경우는 교회 학교에서처럼 하나님을 가르치고 인성과 감성을 키워주는 데 악기와 다양한 시청각 장비와 콘텐츠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기술은 교육의 도구로서 긍정적으로 활용됩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미디어를 과용하는 경우입니다.
지난 호에서 설교 시간 내내 영상이 설교자의 얼굴만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감각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시각의 잔상이 길게 남기 때문입니다. 그 잔상은 우리가 자주 보는 대상을 친밀하게 여기면서 점점 팬(Fan)이 되는 현상을 만듭니다. 또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형 교회에서는 담임 목사님과 개인적으로 교제가 없는 분들이라도 빠르게 ‘가상의 관계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예배에서 성도들 간의 상호작용이 약화되고, 전달의 방향이 일방적이며, 하나님의 성품보다는 설교자에게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기업에서 마케팅을 해 본 분들이라면 이런 현상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나 제품의 팬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설사 목사의 팬이 아니고 예수님의 팬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주님의 좁은 길을 따라가는 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향성에서 돌아서야 합니다.
이와 같이 일상의 문화가 된 테크놀로지가 교회에 그대로 들어와 예배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잘못 활용될 때 입체적이고 내러티브적인 성경의 본의와는 다른, 단순하고 직선적인 율법적 신앙관과 제자도의 실패를 양산하게 됩니다. 이것은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활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나 기술을 그대로 차용해서는 안 되고 신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관점에서 연구해 수용하고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해 바른 활용의 방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오히려 기술이나 문화 속에 있는 세속성에 예배가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그것이 기독교의 가치가 되어 성경적이지 않은 것이 신앙의 행태로 자리 잡게 됩니다.
우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에 깊이 들어가고, 제자로서의 삶에 초대 받고 그렇게 살기를 결단하고 실제로 움직이는 변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예배에서 팬을 양산하거나 가상의 관계성을 만들어 내는 오류를 벗어나야 합니다. 그 오류를 벗어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미디어를 활용해야 합니다.
1. 예배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가지고 예배를 기획하라.
하나님나라 보좌에서 생명의 강물(겔47장, 계21장)이 세상을 향해 흘러가는 방향성을 따라, 하나님께서 교회와 성도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도록 촉진하는 예배의 내용을 기획해야 합니다. 따라서 추상적인 것 같은 믿음이 삶의 현장에서 소화되고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예배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경배와 찬양, 소명의 보내심과 성육신적인 실천에 이르는 전 과정을 드러내야 합니다. 미디어는 이런 방향성을 표현하고 이해시키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추상적인 이미지부터 현장의 생생한 상황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설교자 얼굴보다는 말씀의 내러티브와 중심 내용을 영상으로 드러내라.
설교 시간에 영상은 말씀과 말씀에 관련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연결되는 다른 말씀과의 맥락을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주해 설교를 이런 방향으로 하면 평면적이던 성경의 이해가 입체적으로 이해될 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3. 말씀으로 살아가는 삶을 촉진하는 주제와 콘텐츠를 개발하라.
1번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미디어를 추상적인 믿음에서부터 실천적인 믿음으로까지 표현할 수 있으려면 발로 뛰는 예배 기획을 해야 합니다. 또한 목회자는 성육신적인 선교적 교회론에 바탕을 두고 예배 기획팀과 미디어팀을 지도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콘텐츠 개발이 어렵겠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기획과 시도를 하는 것을 알린다면 교회 공동체 전체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성도들에 의해 콘텐츠의 재료들이 발견되거나 개발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준비에서부터 말씀으로 살아가는 삶을 촉진하는 것이 이루어지고 공동체의 체질이 예배를 통해 분명하게 개선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4. 예배의 피드백은 예배당을 나갈 때 듣는 것이 아니라 삶이 변화된 성도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찾아라.
찬양과 설교가 좋고, 미디어가 잘 활용될 때 바로 평가를 받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잘 기획 되고 미디어로 구체적으로 도전을 준 예배가 어땠는지는 성도들 삶의 현장에서 열매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배 기획과 미디어팀이 현장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점검을 할 때 참된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고, 예배의 참된 의미를 더욱 깊이 느끼고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테크놀로지가 문화가 되고 우리 삶과 교회 가운데 들어오게 된 지금, 우리는 좀 더 기도하고 지혜롭게 하나님의 뜻을 구체화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추상적인 말의 잔치로만 끝나는 것 같은 한국 교회의 현실 가운데 미디어라는 도구를 활용해 구체성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바꾼다면, 예배가 삶이 되고 삶이 예배가 되는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열매가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 소장 우한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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