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업화된 교회와 미디어
미디어가 활용된 예배가 본격적으로 만들어 진 것은 미국에서 찬양을 활용한 현대적 예배와 초대형 집회, 초대형 교회의 등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방송 기술과 마케팅의 발달은 미국 자체가 가지는 광대한 지역과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같은 생각으로 아우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컨베이어 벨트 식 조립 공정이라는 산업 형태의 발달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산업과 상업이 전반적인 사회 문화로 자리 잡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는 스포츠도 산업화되고, 예술도 산업화의 길을 갑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산업화와 실용주의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앙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산업적인 구조가 교회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상당수의 프로그램과 훈련들이 미국의 개신교에서 만들어지거나 새롭게 다듬어졌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도입한 여러 가지 훈련들도 산업화된 관점이 스며든 서구의 신앙 훈련의 단점들을 답습하다 보니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훈련이 잘 된 교회들도 한국 교회의 타락된 모습에 예외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미국의 타락한 교회들과 궤도를 같이 함을 알 수 있습니다.
90년대 중 후반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 확산되기 시작한 멀티미디어 예배는 미국의 초대형 교회인 윌로우크릭 교회의 구도자 예배에서 시작해 일반 예배에서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역시 구도자 예배로 유명한 새들백 교회에서 펴낸 『새들백 교회 이야기』라는 책에서는 ‘군중을 끌어들이기’라는 관점을 소개함으로 산업화된 교회의 방향성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소비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 예배의 속도와 흐름, 환경도 변화시켰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산업화된 교회관을 돕는 역할로 멀티미디어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회중이 한꺼번에 예배를 드리고, 계속 이어지는 예배 때문에,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듯 시간과 순서가 정확하고 지연되지 않도록 예배가 기획되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산업화된 교회에서의 예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표준화, 제도화, 조직화, 대량화, 몰 개성화, 몰 인격화, 하나의 단일 의견 형성⇒ 집단화.
- 미디어를 거친 간접 경험, 스타 목사의 등장, 삶의 성공을 조명.
- 생산성, 효율성, 초 단위 시간 관리.
2. 유기적 교회에서의 미디어
유기적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여러 운동의 핵심적인 키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한 몸임을 인식하고 조직과 집단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유기적인 인식과 상호 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살아있는 교회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성육신적인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유기적 교회 예배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교제(관계성)촉진, 창조성 촉진, 다양성 존중 ⇒ 탈 집단화(개성과 개인 존중).
- 교회 외부에 대한 개방성과 성육신적 관심, 접촉점 증대
- 성육신적 삶의 내러티브를 조명, 직접 경험한 성육신적 삶의 증언과 촉진으로서의 미디어 활용
- 계절과 절기, 인생 주기에 따라 하나님의 섭리, 자연의 중요성, 이웃과 교제, 공동체,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이제 산업화된 교회 안에서 미디어를 활용하게 될 때의 부작용들을 개선하고, 또 새로운 유형의 교회(사실은 본질적인 교회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지만)에 맞는 예배와 미디어 사역이 창조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런 방향성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변화가 쉽지 않은 것은, 성도들에게는 익숙함을 탈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 목회자에게는 목회의 방향성을 다시 재고하고 세워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그래서 단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보다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시도를 하면서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준비를 해 나가면 됩니다.
1. 한 달에 한 번 영상을 최소화한 예배를 드려봅니다. - 성경 텍스트를 비춰주지 않아 성경을 직접 들고 와서 읽어야 하고, 목사님의 얼굴이 비춰지지 않지만, 대신 강해된 성경의 내용들과 그 연결성, 의미, 관련 이미지는 화면을 통해 보여줍니다.
2. 성육신적인 접촉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성도들, 또는 소그룹의 삶을 담은 5~8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이슈들이나 교회의 돌봄이 필요한 내용들을 직접 취재해 보여줍니다.
3. 이런 기획과 진행은 성도 개인이나, 소그룹, 사역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교회에서 장을 마련해 주고 도와주는 역할까지만 합니다.
4. 산업적 관점에서 사역에 몰입하다 몇 년 뒤에는 지쳐버리는 예배기획 팀, 미디어 팀, 찬양 팀을 위해 목회자는 유기적인 교제와 역할을 감당하도록 목양하여 교회 안의 작은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봅니다.
5. 성도들의 SNS에서 좋은 글과 사진들을 모아 회지를 내 보도록 합니다. 성도 개개인을 서로가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소그룹이나 사역 부서도 이렇게 나눔과 사역 내용들을 묶어서 편찬하면 내외부적으로 교제가 더 풍성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SNS를 못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개척을 준비하거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대의 위치, 회중석 배치, 인테리어, 영상에 사용하는 이미지 등의 요소들이 유기적 한 몸을 이루는 것을 돕도록 디자인합니다. (2회에 마샬 맥루한의 인간의 확장 개념을 설명 드린 대로 이런 요소들도 미디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전(Liturgy)의 내용도 산업화되고 규격화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공동체 전체가 같이 공감하고 참여해 소통할 수 있는 예전을 기획해야 합니다. 이렇게 유기적 교회를 위해 영상과 음향, 공간의 배치와 예전까지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소화할 때 미디어 활용은 소통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맺는 말
멀티미디어의 교회 도입과 활용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목회자와 사역자들은 멀티미디어 문화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의하고 교회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변혁하지 않으면 21세기에 교회의 존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논문도 쓰고 발표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에 가장 민감한 세대들이 주축이 된 지금은 세련된 일반 미디어의 수준과 비교되는 교회의 미디어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고 있고, 세상과 별반 다름없는 듯한 분위기에 교회의 고유성과 복음을 잘 발견하지 못하고 떠나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미디어를 활용하는 교회들의 장비의 수준과 활용의 빈부 격차가 커져 있고 거기에 따라 교회에 대한 자부심, 교인의 수, 사역의 능력도 좌지우지됨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90% 이상의 교회는 중소규모 교회이고 고가의 전문가적인 활용은 힘듭니다.
그러므로 산업화된 교회의 모습을 모범 모델로 삼지 말고 유기적 교회로서 자기 교회 고유성과 공동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또 성육신적인 예배와 사역의 방향을 위해 미디어의 활용을 기획해야 할 것입니다.
©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 소장 우한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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