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간이 큰 교회일수록 음향 문제가 심각해지는가? 3-1

공간이 커지면 소리는 왜 나빠지는가?

본당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교회에서 음향 상담 요청을 받으면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장비는 좋은 걸로 들였는데, 소리가 울리고 설교가 잘 안 들립니다.”

저희 하이테크 예배신학 연구소가 상담한 중형·대형 교회들에서 가장 흔히 확인되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소리가 너무 울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값비싼 음향 시스템을 갖춘 교회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물론 큰 공간에서도 소리가 좋은 교회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공간이 커질수록 소리가 좋아지기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번 연재는 세 번에 걸쳐 그 이유와 해결 방향을 살펴봅니다.

  • 1회: 공간이 커지면 소리는 왜 나빠지는가 (원인)
  • 2회: 문제는 어디서 만들어지고, 실제 교회는 어떤 상태인가 (진단)
  • 3회: 측정에서 개선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

1. 먼저 알아야 할 두 가지 소리: 직접음과 반사음

예배당에서 우리가 듣는 소리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직접음(Direct Sound) 은 스피커나 강단에서 나와 귀까지 곧바로 도달하는 소리입니다. 설교자의 말이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이 직접음 덕분입니다.

반사음(Reflected Sound) 은 벽, 천장, 바닥, 유리창에 부딪힌 뒤 조금 늦게 귀에 도착하는 소리입니다. 반사음이 수없이 겹치면서 소리가 점점 작아지지만 한동안 공간에 남아 있는 현상을 잔향(Reverberation) 이라고 합니다. 박수를 한 번 쳤을 때 “짝~” 하고 꼬리가 남는 것이 바로 잔향입니다.

적당한 잔향은 찬양을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잔향이 지나치면 앞 음절의 울림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다음 음절이 도착해서 소리가 서로 겹칩니다.

우리말에서는 모음이 크고 길게 울리는 반면, 자음(특히 받침)은 짧고 약합니다. 그래서 잔향이 길면 약한 자음이 앞 모음의 울림에 묻혀 버립니다. 예를 들어 설교 중에 “성경”과 “성전”, “감사”와 “간사” 처럼 받침이나 자음 하나로 뜻이 갈리는 단어들이 구별되지 않게 됩니다. 교인들은 앞뒤 문맥으로 뜻을 짐작하느라 애를 쓰게 되고, 그만큼 설교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음향에서는 잔향의 길이를 잔향시간(RT60, Reverberation Time 60) 이라는 숫자로 나타냅니다. 소리를 멈춘 뒤 그 소리의 크기가 60dB만큼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초 단위로 잰 값입니다.

  • dB(데시벨):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60dB이 줄어든다는 것은 소리 에너지가 100만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으로, 사실상 “거의 들리지 않게 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예를 들어 잔향시간이 2초라면, 설교자가 말을 멈춘 뒤에도 2초 동안 소리가 공간에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2. 공간이 커지면 잔향시간이 길어지는 이유

건축음향 연구자들은 공간의 용도별로, 체적(공간의 부피, 가로×세로×높이)에 따라 잔향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리해 왔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용도의 공간이든 체적이 커질수록 잔향시간은 길어집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소리를 반사하는 면이 넓어집니다. 벽과 천장이 커지면 소리를 되돌려 보내는 면적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둘째, 소리가 머무는 공간 자체가 커집니다. 공간이 크면 소리가 한쪽 벽에서 반대쪽 벽까지 가는 거리가 길어집니다. 그래서 소리가 흡음(소리 에너지를 빨아들여 줄이는 것)되기 전까지 공간에 더 오래 머뭅니다.

잔향 연구의 출발점: 사빈과 사빈 공식

이 관계를 처음으로 과학적인 공식으로 정리한 사람이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물리학 교수 월리스 클레먼트 사빈(Wallace Clement Sabine, 1868~1919) 입니다. “사빈 공식”의 ‘사빈’은 바로 이 사람의 이름입니다.

1895년, 하버드대학교에 새로 지은 포그 미술관(Fogg Art Museum)의 강의실은 말소리가 심하게 울려서 강의를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학교는 젊은 물리학 강사였던 사빈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에는 “왜 어떤 방은 소리가 좋고 어떤 방은 나쁜가”를 설명할 과학적 기준이 없었습니다.

사빈은 여러 해 동안 밤마다 실험을 했습니다. 오르간 파이프로 소리를 낸 뒤,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을 스톱워치와 자신의 귀로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인근 강당에서 방석을 빌려 와 실내에 하나씩 늘려 가며 잔향시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잔향시간은 방의 크기에 비례하고, 방 안의 흡음 재료의 양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잔향시간(초) ≈ 0.161 × 체적(V) ÷ 총 흡음력(A)

  • 체적(V): 공간의 부피 (단위: ㎥, 세제곱미터)
  • 총 흡음력(A): 벽·천장·바닥·의자·사람 등 공간 안의 모든 표면이 소리를 흡수하는 능력을 합한 값입니다. 각 표면의 면적에, 그 재료가 소리를 얼마나 잘 흡수하는지를 나타내는 흡음률(0~1 사이의 값, 0이면 전부 반사, 1이면 전부 흡수)을 곱해 모두 더해서 구합니다.
  • 0.161: 미터 단위로 계산할 때 쓰는 고정된 상수입니다.

사빈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1900년에 문을 연 보스턴 심포니홀(Boston Symphony Hall) 의 음향 자문을 맡았습니다. 이곳은 과학적인 음향 설계를 적용한 최초의 공연장으로 꼽히며,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의 콘서트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흡음력의 단위인 ‘사빈(sabin)’ 도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오늘날 건축음향학은 사빈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식이 교회에 말해 주는 것

이 공식을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 분자(체적)가 커지면 잔향시간은 길어집니다.
  • 분모(흡음력)가 커지면 잔향시간은 짧아집니다.

그러므로 예배당은 커졌는데 소리를 흡수하는 재료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으면, 잔향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예배당에서는 별문제가 없던 마감 방식을 큰 예배당에 그대로 쓰면 소리가 심하게 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사빈 공식은 흡음이 적고 소리가 고르게 퍼지는 공간에서 잘 맞습니다. 흡음이 많은 공간에서는 이를 보완한 아이링(Eyring) 공식 등을 함께 사용합니다.)

3. 같은 체적이라도 천장이 높으면 더 나빠진다

체적이 같아도 모양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특히 층고(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높을수록 음향 상태가 나빠지기 쉽습니다. 층고가 높아지면 반사음을 만드는 측면 벽의 면적이 넓어지고, 천장에서 되돌아오는 소리가 도착하는 시간도 늦어지기 때문입니다.

체적이 비슷한 개신교 예배당과 비교해, 층고가 높고 석조나 벽돌로 마감한 성당에서 울림이 훨씬 많이 생기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성당은 성가와 오르간을 위해 긴 잔향을 어느 정도 의도하는 공간이라는 점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4. 공간의 용도에 따라 필요한 소리가 다르다

그래프를 보면 체적이 같아도 용도에 따라 잔향시간이 다릅니다. 이 차이는 내부 마감재와 건축 구조가 소리를 흡수하느냐, 반사하느냐에서 생깁니다. 대표적인 공간 네 곳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대성당 (예: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내부 대부분이 석조이고 층고가 매우 높습니다. 잔향이 매우 길어 성가와 오르간에는 장엄함을 주지만, 말소리는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고딕 건축 양식의 대성당 내부, 높은 천장과 기둥이 있는 넓은 nave, 멀리 보이는 제단, 정교한 바닥 타일 패턴.
사진: Milano Duomo Cathedral

콘서트홀 (예: 미국 덴버 보처 콘서트홀)
벽과 천장에 확산체(Diffuser, 소리를 한 방향으로 되돌리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고르게 흩뜨리는 요철 구조물) 를 설치하여 소리가 청중석 전체에 골고루 퍼지도록 합니다. 또한 주로 연주되는 장르에 알맞은 잔향시간을 목표로 설계합니다.

관중이 가득 찬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 연주 중
사진: Boettcher Concert Hall, Denver, Colorado

방송 스튜디오 (예: BBC 텔레비전 스튜디오)
방송에 울림이 섞이면 안 되기 때문에 커튼 월(두꺼운 흡음 커튼으로 벽을 덮는 방식)이나 흡음재로 벽과 천장을 시공하여 잔향을 최소화합니다.

청중이 가득 찬 스튜디오와 무대가 보이는 이미지입니다. 무대에는 소파와 화면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진: BBC Television Studio

회의실 (예: 코엑스 컨퍼런스룸)
말이 잘 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바닥에 카펫을 깔고, 천장도 흡음 텍스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임을 위한 설정이 된 대형 회의실, 검은색 의자와 갈색 테이블이 배열되어 있으며, 화면에는 'coex' 로고가 보임.
사진: 코엑스 컨퍼런스룸

이처럼 대부분의 공간은 하나의 분명한 목적에 맞추어 건축음향과 전기음향(마이크·믹서·앰프·스피커처럼 전기로 소리를 받아 키워 내보내는 음향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5. 교회는 왜 더 어려운가: 세 가지 목적이 한 공간에

교회는 사정이 다릅니다. 예배 안에는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소리가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예배 요소필요한 음향 환경적합한 잔향
설교강연장처럼 말이 또렷해야 함짧은 잔향
찬양팀 연주대중음악 콘서트홀처럼 리듬과 가사가 선명해야 함짧은~중간 잔향
성가대·챔버·오르간클래식 콘서트홀처럼 풍성한 울림이 필요함비교적 긴 잔향

설교는 강연의 한 형태이지만, 예배에서는 찬양 연주의 비중도 큽니다. 전통 예배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라면 성가대와 오르간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세 가지가 요구하는 잔향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공간에서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 건축음향 설계는 어렵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음향 시스템을 튜닝하고, 매주 예배의 사운드를 조정하는 음향 봉사자들의 일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소리가 좋지 않을 때 음향 봉사자의 실력만 탓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 공간이 커지면 문제는 곱절로 커진다

여기에 체적까지 커지면 상황은 더 어려워집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큰 공간은 잔향시간이 길어지고, 이것은 설교와 찬양팀 연주에 가장 불리한 조건입니다. 예배의 중심인 두 요소가 가장 먼저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큰 예배당일수록 다음 사항을 처음부터 반드시 고려하여 설계해야 합니다.

  1. 충분한 흡음: 커진 체적에 걸맞은 흡음 면적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전체 사운드의 명료도가 떨어집니다.
  2. 고른 확산: 맨 뒤 좌석과 중층(발코니) 구석까지 소리가 고르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3. 강단 저음 울림 억제: 강단 주변에 저음이 뭉쳐 웅웅거리는 현상을 줄여야 합니다. 설교자나 찬양팀이 모니터 스피커가 있음에도 자신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고 과도한 저음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4. 구조적 하울링 예방: 마이크로 들어간 스피커 소리가 다시 증폭되어 “삐익” 하는 하울링(Feedback, 스피커 소리가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 계속 증폭되면서 ‘삐익’ 하는 소리가 나는 현상) 이 쉽게 생기지 않는 구조여야 합니다.

공간이 커질수록, 잘못된 건축 설계가 만드는 음향 왜곡의 비중도 커집니다. 작은 예배당에서는 음향 장비와 튜닝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문제가, 큰 예배당에서는 장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회와 음향 봉사자께 드리는 정리

  • 큰 예배당이 울리는 것은 물리 법칙의 결과이지, 장비 문제나 봉사자의 실력부족이나 잘못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 설교, 찬양, 성가는 서로 다른 음향 환경을 요구하므로 교회 음향은 본래 어렵습니다.
  • 그러므로 큰 예배당일수록 건축 단계에서부터 음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교회들은 어떤 상태이며, 문제는 어디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2회에서는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마감재가 만드는 문제, 그리고 본 연구소가 실제로 측정한 교회들의 음성 명료도 결과를 소개하겠습니다. 더해 스피커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지 솔루션을 제시를 받고 해결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 소장 우한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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