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간이 큰 교회일수록 음향 문제가 심각해지는가? 3-2

문제는 어디서 만들어지고, 우리 교회는 어떤 상태인가

지난 글에서 공간이 커질수록 잔향이 길어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교회는 설교와 찬양과 성가라는 서로 다른 소리를 한 공간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본래부터 음향이 어려운 곳이라는 점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교회들을 다니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비슷한 크기의 예배당인데도 어떤 교회는 설교가 또렷하게 들리고, 어떤 교회는 앞자리에서도 말소리가 뭉개집니다. 장비의 가격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 그리고 우리 교회의 상태를 어떻게 가늠해 볼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리는 장비보다 공간이 먼저 결정한다

많은 교회가 소리에 문제가 생기면 먼저 장비를 의심합니다. 스피커를 바꾸면 나아질까, 믹서를 바꾸면 나아질까를 고민합니다. 물론 장비가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소리를 알아듣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을 차례로 따져 보면, 가장 큰 원인은 장비가 아니라 공간 그 자체입니다. 스피커는 그다음이고, 나머지 음향 장비는 그 뒤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들여도 공간이 잘못되어 있으면 소리는 근본적으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장비는 공간의 약점을 어느 정도 덮어 줄 수는 있지만, 공간을 바꾸어 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공간의 소리는 대부분 건축의 형태와 마감재에서 결정됩니다. 벽이 어떤 모양으로 서 있는지, 천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표면이 무엇으로 덮여 있는지가 소리의 성격을 정합니다. 다시 말해, 설계도가 완성되는 순간 그 예배당의 소리도 상당 부분 정해집니다.

설계 단계에서 만들어진 문제들

본 연구소가 상담한 교회 가운데 이 사실을 뼈아프게 보여 준 사례가 두 곳 있습니다.

한 교회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하는 장로님이 예배당 인테리어를 직접 설계하고 시공했습니다. 설계안과 마감재를 본 음향 봉사자들은 “이대로 지으면 울림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장로님은 이미 다 고려한 설계이며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공사를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봉사자들의 우려대로였습니다. 완공된 예배당은 소리가 심하게 울렸고, 그 장로님은 완공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다른 교회로 떠났습니다.

또 한 교회는 이름이 알려진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습니다. 예배당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었고, 네 벽이 서로 평행하게 마주 보는 반듯한 상자 모양이었습니다. 소리를 가장 많이 반사하는 재료와 반사음이 가장 오래 맴도는 형태가 한데 모인 셈입니다. 음향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의견을 전했고 담임목사님도 같은 우려를 표했지만, 건축가는 자신의 “작품”은 문제가 없다고 하며 설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천장만 뿜칠로 마감하자는 제안이 겨우 받아들여졌을 뿐입니다. 결국 그 예배당은 소리 문제로 예배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원인이 건축에 있었기 때문에 음향 장비를 바꾸어도 나아질 수가 없었습니다.

두 교회의 이야기는 하나의 결론으로 모입니다. 문제는 설계 단계에서 만들어졌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교회가 떠안았다는 것입니다. 설계한 사람은 떠나도, 매주 그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은 남습니다.

우리 교회를 떠올리며 보는 다섯 가지 건축 형태

그렇다면 어떤 건축 형태가 소리를 망가뜨릴까요?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우리 교회 예배당을 떠올리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마주 보는 평행한 벽입니다. 반듯한 직사각형 예배당은 양쪽 벽이 서로 평행하게 마주 봅니다. 이런 공간에서는 소리가 두 벽 사이를 탁구공처럼 빠르게 오가면서 “따르르르” 하고 떨리는 울림을 만듭니다. 이것을 플러터 에코(Flutter Echo) 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이사할 빈 집의 방에서 박수를 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예배당 가운데 서서 손뼉을 한 번 크게 쳐 보십시오. 소리가 깔끔하게 사라지지 않고 떨리면서 남는다면 플러터 에코가 있는 것입니다.

둘째, 오목한 벽과 둥근 천장입니다. 오목거울이 빛을 한 점에 모으듯, 오목한 면은 소리를 한곳에 모읍니다. 부채꼴 예배당의 둥근 뒷벽, 돔 모양의 천장, 둥글게 휘어진 발코니와 유리 난간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특정 자리에만 소리가 몰리거나, 뒷벽에 모인 소리가 강단 쪽으로 되돌아와 에코를 만듭니다. 하울링도 쉽게 생깁니다. 곡선은 보기에 아름답지만, 소리에게는 위험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발코니 난간입니다. 교회에서 특히 자주 만나는 문제입니다. 발코니 앞면이 평평한 벽이거나 유리로 되어 있으면, 스피커에서 나간 소리가 여기에 부딪혀 1층 좌석과 강단으로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이렇게 돌아온 소리는 에코가 되기도 하고, 강단 마이크로 다시 들어가 하울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울링은 스피커 소리가 마이크로 다시 들어가 계속 증폭되면서 “삐익” 하는 소리가 나는 현상입니다. 최근에는 발코니 위나 유아실 창에 유리를 넓게 쓰는 교회가 늘면서 이런 문제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넷째, 노출 천장입니다. 천장을 따로 마감하지 않고 보와 설비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 요즘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보와 보 사이의 평행한 면에서 소리가 반복해서 반사됩니다. 이 소리가 강단 쪽으로 돌아오면 울림이 커지고, 하울링도 쉽게 일어납니다.

다섯째, 딱딱하고 매끄러운 마감재입니다. 벽돌, 유리, 대리석 같은 석재, 노출 콘크리트, 광택이 나는 목재 패널은 보기에는 고급스럽지만 소리를 거의 흡수하지 않고 되돌려 보냅니다. 미관만 보고 마감재를 고르면 소리를 흡수하는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예배당 전체의 잔향이 길어집니다. 1회에서 이야기한 대로, 공간이 크면 잔향은 이미 길어지기 쉽습니다. 여기에 반사가 잘 되는 마감재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한층 무거워집니다.

귀로 구별하는 네 가지 증상

매주 음향을 운영하는 봉사자라면, 이름은 몰라도 다음과 같은 증상을 이미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증상에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면 원인을 짐작할 수 있고, 전문가와 상담할 때도 훨씬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들린다면이름원인
설교 소리가 한 박자 늦게 한 번 더 들린다에코(Echo)강단과 뒷벽 사이를 오간 반사음
“따르르르” 떨리는 울림이 남는다플러터 에코(Flutter Echo)평행한 벽 사이의 반복 반사
저음이 웅웅거리고 소리가 둔탁하다부밍(Booming)공간에 갇혀 쌓이는 저음
자리마다 음색이 다르게 들린다콤필터(Comb Filter)원래 소리와 반사음이 겹치며 생기는 간섭

에코는 반사음이 원래 소리보다 약 0.05초 이상 늦게 도착할 때 생깁니다. 이 정도로 늦으면 우리 귀는 두 소리를 하나로 합쳐 듣지 못하고 별개의 소리로 듣습니다. 거리로 환산하면 강단에서 뒷벽까지 대략 8.5m가 넘는 예배당부터 에코를 의심해 볼 만합니다. 중형 이상의 교회라면 대부분 이 거리를 넘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반사음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원래 소리 바로 뒤, 0.05초 안에 도착하는 반사음은 우리 귀가 원래 소리와 하나로 합쳐 듣습니다. 이런 반사음은 오히려 말소리를 더 크고 또렷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흡음재를 무조건 많이 붙이는 것이 해답은 아닙니다. 어떤 반사는 줄이고, 어떤 반사는 살려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건축음향의 핵심입니다.

음향 봉사자께 한 가지 당부드릴 것이 있습니다. 자리마다 음색이 다르게 들린다고 해서 EQ로 맞추려 하지 마십시오. 콤필터는 공간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라서, 한 자리에 맞추어 EQ를 조정하면 다른 자리의 소리가 틀어집니다. 이것은 봉사자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입니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한다

“소리가 좀 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앞자리에 앉는 분과 뒷자리에 앉는 분의 느낌이 다르고, 젊은 분과 연세 드신 분의 느낌도 다릅니다. 그래서 음향 전문가는 측정 장비를 사용해 공간의 소리를 숫자로 확인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숫자는 1회에서 소개한 잔향시간입니다. 소리가 멈춘 뒤 얼마나 오래 공간에 남아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잔향시간이 1초 이하라면 말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립니다. 1초에서 1.5초 사이는 말소리도 또렷하면서 음악도 적당히 풍성하게 들리는, 예배당으로서 좋은 범위입니다. 1.5초를 넘어 2초에 가까워지면 큰 공간에서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한계에 다다릅니다. 2초를 넘으면 특별히 설계된 스피커 없이는 설교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문가는 말소리가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되는지를 0에서 1 사이의 점수로 나타내는 음성전달지수(STI) 를 측정합니다. 이 점수는 좌석마다 따로 측정하기 때문에, 예배당의 어느 자리가 설교를 듣기 어려운 자리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공조기 소리, 바깥의 차 소리, 조명 기기의 소음 같은 배경소음입니다. 배경소음이 크면 잔향이 적당해도 말소리가 그 소음에 묻힙니다. 설교 소리가 배경소음보다 충분히 커야 편안하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공조기를 끄자 설교가 훨씬 잘 들렸다는 경험이 있다면, 그 교회는 배경소음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실제 교회들은 어떤 상태인가

본 연구소가 상담한 중형 이상 교회들을 실측해 보면, 설교의 명료도가 대부분 하위 등급에 머물렀습니다. 앞자리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중간 이후의 좌석과 발코니 좌석으로 갈수록 등급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가장 나쁜 등급의 자리에 앉은 교인은 예배에 참석하고도 설교 내용의 태반을 알아듣지 못한 채 돌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음향 장비가 오래된 교회만 결과가 나빴던 것이 아닙니다. 장비가 새것인데도 건축이 잘못된 교회는 똑같이 나쁜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글의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소리는 장비보다 공간이 먼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 자가 점검

마지막으로, 우리 교회의 상태를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드립니다.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건축음향에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 뒷좌석이나 발코니에 앉은 교인들이 “설교가 잘 안 들린다”고 말한다.
  • 예배당 가운데서 손뼉을 치면 울림이 길게 남거나 “따르르” 떨린다.
  • 볼륨을 올릴수록 소리가 오히려 더 뭉개진다.
  • 강단 주변에서 저음이 웅웅거린다.
  • 하울링이 자주 발생한다.
  • 예배당이 부채꼴이거나, 돔 천장이 있거나, 천장이 노출되어 있다.
  • 발코니 앞면이 평평한 벽이거나 유리로 되어 있다.
  • 강단에서 뒷벽까지의 거리가 8.5m를 넘는다.

직접음과 반사음이 만나 소리가 변하는 콤 필터링은 좌석 위치에 따라 소리의 크기나 음질을 다르게 만듭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음악을 틀어놓고 앞뒤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 소리가 울렁거리듯이 들립니다.

이 가운데 여러 항목에 해당한다면, 장비를 바꾸기 전에 먼저 공간을 정확히 진단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원인을 모른 채 장비부터 바꾸면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문제가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정밀 측정에서 시작해 튜닝, 흡음과 확산 시공, 스피커 교체, 그리고 이를 위한 재정 계획까지 단계별 해결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 소장 우한별 목사

2018 개편 최종 IHWT LOGO

무단전재는 법적인 재제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SNS에 링크를 하시거나 공유하는 것은 권장합니다.

음향, 영상, 음향, 전자 악기, 조명 시스템 상담 및 시공,
음향/영상 점검, 음향 측정 및 튜닝, 종합 컨설팅,
음향 교육 프로그램, 예배 미디어 교육

010-6253-0415 director@ihtwt.org

기업의 홍보 협찬 문의도 환영합니다.


하이테크 예배 신학 연구소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워드프레스닷컴에서 제공하는 웹사이트.

위로 ↑